IBM은 컴퓨터 산업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최초의 PC 개발, 최초의 디스크 방식 정보 저장장치 개발 등 컴퓨터 산업에 이정표가 될 만한 업적을 남긴 바 있으며 90년대 후반 'e-비즈니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킴으로써 단번에 기울어져가던 회사를 역전시킴과 동시에 IT 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IBM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컴퓨터 산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IT 뿐 아니라 반도체와 신소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계속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간 미 특허신청 최다 기업의 위치를 14년째 수성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비록 IBM이 상용 제품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버나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품, 그리고 컨설팅 서비스들이 일반 사용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부류가 아니라 하더라도 IBM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IBM의 위상 때문이다. 실제로 IBM이 전격 주창한 e-비즈니스는 인터넷이 단지 홈페이지들로 구성된 월드와이드웹(WWW)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많은 기업들의 업무 처리 방식에 큰 영향을 줬으며 일반 사용자들에게까지도 확대된 바 있다.

그러나 e-비즈니스의 대성공 이후 2003년 IBM이 내놓은 메시지인 '온디맨드 컴퓨팅'은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바 있다. e-비즈니스 전략이 IBM에게 가져다준 성공이 워낙 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의 IT 환경에 비춰볼 때 수도나 전기처럼 컴퓨팅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온디맨드 컴퓨팅은 사용자층에게 너무 큰 변화를 요구했던 것이다.

한편 온디맨드 컴퓨팅 전략을 내놓으면서 IBM은 그 명칭에 내포된 의미와 같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컴퓨팅 시스템들이 일반 공산품처럼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서비스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IBM의 IT 서비스 사업 조직인 글로벌 서비스는 IBM 사업에서 점점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며 결국 IBM은 2002년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컨설팅 부문을 전격 인수하면서 컨설팅, 서비스 산업에 더욱 집중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이처럼 서비스 산업에 매진하고 있는 IBM이 최근 내놓고 있는 메시지는 바로 '혁신'이다. IBM에서는 혁신을 "새로운 발상과 앞선 기술을 가지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수행해야만 현 글로벌 경제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이처럼 혁신을 수행하는 데 IBM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IBM이 혁신의 동반자로서의 IBM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앞선 기술'과 '새로운 발상'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이다. IBM은 매년 약 50억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가상화 시스템 등 최신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PwC 인수 등을 통해 확보한 컨설팅, 서비스 역량으로 실제 경영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프로세스 혁신(PI)과 같은 컨설팅을 통해 해결해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13일 2007년 전략 발표회를 가진 한국IBM의 이휘성 사장도 "IBM의 강점은 기술과 경영 두 분야에 대해 모두 혁신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IBM은 전세계 각 지역에 사무소를 세우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을 넘어 지역별로 강점을 가진 사업분야를 전세계에 걸쳐 제공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의 혁신을 돕기 위해 IBM에서는 크게 다섯가지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먼저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분야의 선도업체라는 위상을 유지하며 40년간 공급되면서 새로운 기술이 대폭 접목된 IBM 시스템 z 메인프레임의 장점 설파, 그리고 서비스의 제품화와 높은 품질의 비즈니스 및 기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로 승부하는 서비스 산업을 전개할 것이며 전세계 각 지역마다 강점을 가지는 서비스를 국내 기업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는 글로벌 기업 모델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중소기업 시장에서 특화된 기술로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IBM은 이같은 분야별 집중 공략을 통해 고객 기업들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혁신을 이뤄냄으로써 자사의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IBM의 2007년 전략을 살펴보면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컴퓨팅 시스템 분야에서 '혁신'에 해당하는 기술로는 리눅스나 x86 서버를 활용한 저렴한 가격의 대용량 가상화 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으며 IBM에서 밝힌 '메인프레임의 재발견'은 혁신 보다는 오히려 '기존 위치의 수성'이라는 입장에서 나온 전략으로 볼 수 있는 것.

실제로 메인프레임은 시스템 도입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구축한 기업의 경우 유지비용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산 인력들이 유닉스와 리눅스, 윈도우 서버 등과 같은 새로운 기업용 운영체제를 익히면서 메인프레임 시스템과 관련한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인력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으며 고용비용도 높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IBM에서는 메인프레임에 대한 최근 연구조사 결과 다른 컴퓨팅 시스템보다 TCO가 결코 비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각 기업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해당 인력의 고령화와 향후 담당 인력의 충원에 관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이같은 내용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시대를 표방하며 전세계 각 지역별로 강점을 가진 서비스를 전달하겠다는 것도 국내 기업들의 사업 행태와 일견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선진 서비스 모델에 기반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이같은 서비스를 수용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얼마나 변화해야 하는가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고객이 불편하다면 그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의 모든 기념일을 챙겨주겠다며 호구조사를 하는 보험사 상담원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IBM에서는 이런 지적에 대해 기업들이 선진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할만큼 수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선진 서비스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IBM은 e-비즈니스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둔 이후 이같은 '명제 제시' 전략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IBM이 내놓는 명제가 왜 동종 업계를 포함한 실제 시장에서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지 IBM에서는 한번쯤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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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온달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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